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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재봉 도전기

by ★에코지니★ 2020.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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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재봉을 처음 시작한 건,

아마 2014년쯤으로 기억된다.

독학할 자신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재봉틀을 선뜻 사자니

'사놓고 안 쓰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결국 문화센터를 찾았다.

그러고 보면 난 참 문화센터를 좋아한다.

다양한 강좌를

저렴하고 시간의 부담 없이(보통 일주일에 1번)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욕심은 있는데, 여력이 안 되는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그런데 여기서 문화센터의 최대 단점.

 

​한 클래스에 여러 명을 상대로

정해진 커리큘럼을 따라가려다 보니,

누군가에게는 수업 속도가 너무 더딜 수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너무 빠를 수도 있다.

당시 내가 배운 그 클래스에는

에이스 2명이 있었는데,

집에 재봉틀도 있고 기본적으로 손이 빨라

정해진 커리큘럼에 착착 따라가는 모범 수강생들이었다.

 

그것은 관심 +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그들의 속도에 못 따라가는 건 둘째 치고,

정해진 학습 속도를 소화할 수 없는 수강생도 있었으니.

그것이 나라 한 들 이상할 게 있으랴

 

퇴근 시간에 서둘러서 시간 맞춰 가는 것도

내게는 큰 노력이었는데

가서 '재봉 지진아' 같은 느낌을 받는 것도

어느 순간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모랄까 내가 못할 수 있는 건 인정하지만

내가 '너어무.........' 못 하는 걸 받아들이는 게

그때 당시는 힘들었달까.

뒤늦은 선생님의 위로에도

나의 '마상(마음의 상처)'은 치유될 수 없었다.

에이스 수강생 2의 손이 너무 빠른 거지,

나도 못하는 건 아니라는 쌤의 위로와

수업 시간 동안완성되지 못한 천조각들이

나를 더 애처롭게 만들 뿐이었다.

'문화센터 마상' 사건 이후 의기소침해진 나는

한동안 재봉을 끊었다.

 

취미를 통한 재미보다는 주눅 드는 마음이 더 커졌다.

 

 


 

 

러던 중 브라더미싱에도 클래스가 있단 것을 알게 되었다.

키트를 사서 자기 속도에 맞게 만들면 된단다.

생각해 보니 재봉이 싫었던 것도 아닌 데,

살면서 다시 만날 일도 없을

문화센터 에이스 둘 때문에 재봉을 포기한다면

이건 내 인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서 신촌에 있는 브라더미싱을 찾아갔고,

기본적인 재봉 스킬은 갖추고 갔기 때문에

 

초급 대비 에이스의 아우라를 풍기며

쌤들의 지도를 받았다.

 

시작은 홈패션이었지만,

'옷 만들기'까지 차례차례 코스를 밟아갔다.

 

누가 정해놓은 시간도 없고,

내가 그 속도를 따라가야 할 필요도 없으니

그저 내 속도에 맞게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반바지도 만들어 보고,

 

 

귀여운 윗도리도 만들어 보고

 

 

 

 

 

 

배색 티를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도 알게 됐고

 

 

 

원래 도안에 주름 넣는 작업을 생각해 내고는

스스로 너무 뿌듯해도 봤다.

 

 


 

 

하나하나 완성해 갈 때마다

짜릿한 기분을 느꼈고,

조금씩 자신감도 붙었다.

지금은 2020년

드디어 재봉틀을 샀다.

지금까지 내 재봉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말을 하긴 어렵지만,

최소한 앞으로도 내 인생에

계속 이어갈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내가 2014년에 문화센터에서

재봉을 포기했다면 어땠을 까?

 

아마 내 남은 날의

많은 즐거움을 모르고 살았을 것 같다.

 

잘하고 돈이 돼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저 그 과정 하나하나가

내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므로.

 

 


 

세상의 속도에 허둥대지 말고,

모두 자기만의 걸음으로

한 걸음씩 뚜벅뚜벅 걸어가길 바란다.

 

그러려면

지금 돈이 되거나

세상에 인기가 있는 일이 어서는 안된다.

 

그저 그 자체가 재미이고

목적인 일을 찾길 바란다.

 

이런 취미가 생기고 나면,

오히려 돈을 버는 일의 중요성마저도 느낀다.

내 취미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는 기반이자

원동력이 되므로.

앞으로 내 인생에서

재봉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지나온 내 삶 중

돈을 안 줘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을 느낀

첫 시작이었고,

 

그 사실 자체가
삶의 지평을 많이 바꿔 놓았다는 점에서

내게는 너무 소중한 경험이다.

 

그때 그 힘으로,

블로그를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남이 걷는 천 걸음보다,

자신의 한걸음을 소중히 여기며,

뚜벅뚜벅 자신만의 속도로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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