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코지니에요.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지 벌써 한 달이 되었네요.
여행이 떠나며 여행의 짧은 기록과 마지막으로 적고 싶었던 에필로그가 있었는 데, 이제야 마지막 마무리 글을 적게 되었네요. 귀차니즘이라기엔 너무 알차게 보낸 시간, 이제 그 후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1. 여행을 통해 잃어버린 것 : 휴대용 우산 + 후드 집업
여러분, 살다 보면 그런 경험 있지 않으세요?
특별히 아끼려고 아끼는 건 아닌 데, 잃어버릴 듯해도 꼭 내 손으로 돌아오는 물건들. 가끔은 이러다 한번 잃어버려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너무도 오래도록 함께하게 되는 물건들.
제게는 그런 물건이 2개가 있었는 데, 바로 휴대용 우산과 후드 집업이에요.
첫 직장이자 10년 이상 다니던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우연히 사게 된 하늘색 휴대용 우산이 있는 데, 이 우산은 정말 요물이더라고요. 절대 잃어버리지 않게 되는 묘한 그런 우산이요. 이직을 하고 여의도를 떠나게 되면서 문득 여의도에는 당분간 발을 들이고 싶지 않은 그런 시간에도 내게 계속 지난 시간을 떠오르게 하는 매개체랄까요? 그 우산을 샀던 편의점도 기억이 나고, 비 온다는 예보가 있는 날이면 내 가방에 항상 함께했던 그런 오랜 물건. 시간이 흘러 오랜 시간 함께했던 회사와 여의도를 떠났지만, 그래도 내게 남아있는 바로 그것. 항상 그 우산을 보면서 마음속 한편엔 새로운 시작을 꿈꿨는데, 아마 핑계겠지만 그 우산이 발목을 잡는 것 같은 그런 묘한 생각마저 들더라고요. 하지만 제 손으로 오랜 인연을 절대 끊어버리지는 못 하겠는 그런 마음이었어요.
이번에도 제주도까지 따라가게 된 그 우산은 절묘한 순간에 저 앞에 등장해 비에서 저를 구해주었어요. 그리고는 꼭 옆에 챙겨두던 그 우산을 정말 우연히 가게에 놓고 나오게 된 거 있죠? 차 타고 그 장소를 지나 1 ~ 2킬로쯤 지났을 때 우산을 놓고 왔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아마 타를 돌리려면 번거롭긴 했지만 돌릴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마음속으로 '아, 이제는 정말 지난 과거를 떠나보낼 수 있는 시간이 왔나 보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토록 제 곁을 맴돌던 우산이 제주도까지 따라가 이렇게 떠나가다니 이건 이렇게 놓아줘야겠구나.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문득 몇 년을 함께했던 이 녀석이 생각해보니 사진 한 장 남아있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네요.
우산보다 더 오랜 친구이자,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나오는 제 후드 집업은 어떻고요. 집 근처 옷가게에서 치마까지 세트로 산 이 녀석은 여름만 되면 저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돌아왔어요. 반팔에 편하게 걸칠 수 있는 어찌 보면 대단할 거 없는 옷인 데, 첫째 편해서 마음에 들었고, 둘째 아무리 찾아봐도 이만한 옷을 못 찾겠더라고요. 큰 맘먹고 브랜드니 좋은 옷이니 한번 사보려 해도 이만한 옷을 못 찾겠어서 지워지지 않는 옷의 얼룩에도, 남편이 그거 그만 좀 입고 하나 사라는 말에도 아랑곳 않고 계속 입고 있었네요. 이 날도 자고 있는 우리 집 어린이를 둘러업고 음식점을 가는 중에 포대기처럼 매고, 음식점 안에서는 이불처럼 깔아주며 그렇게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문득 음식점 식탁 아래 놓고 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죠. 그때 또다시 문득 '아, 이제 보내줄 때가 되었나 보다.' 라고 생각 했어요. 새 술을 새 부대에 담 듯, 지난 시간은 세월에 묻 듯, 이제는 새롭게 시작해야 할 때라는. 그런 생각에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사실 이미 가게 문을 닫을 때라 돌아갈 생각을 안 한 것도 있지만요.
2. 여행을 통해 얻게 된 것 : 새로운 도전들 (파이썬 + @)
전 사실 여행 매니아는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에 대해 긍정하는 이유는, 여행을 통해 일상을 몹시 갈망하게 되기 때문이에요. 항상 그래요. 여행을 다녀오면 돌아와서 이걸 해봐야지, 이렇게 해봐야지. 하는 일상에 대한 희망과 의지가 불끈 솟아요.
이번 여행을 통해서는 지나간 시간을 뒤로하고, 지금까지 내가 쌓아왔던 것들을 리셋하는 동시에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굳은 의지와 그 의지를 기념한 새로운 배움을 다짐했어요.
그 스타트는 '파이썬'
사실 그동안 피해보려고 많이 애써봤는데, 변화한 세상에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귀차니즘과 고집을 버리고 새로운 배움에 임해보았어요. 대학생 때였던 그 언젠가 MS 오피스를 다루는 자격증을 공부하고 엑셀, PPT에 능숙해졌던 그 어느 시점 이후로 줄곧 엑셀만 사용해왔고, 매크로 짜는 거나 VBA까지는 아니어도 엑셀 함수 사용만으로 크게 부족함을 못 느끼면서 회사 다녔었는데, 이제는 엑셀 졸업하고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조금은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어느 순간 스마트폰이 세상을 지배해버렸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한 게 10여 년 남짓. 스마트폰 하나로 10년 전과 후가 이렇게 바뀌었는데, 지금부터 10년 후를 생각하니, 위기의식을 느낀 건 사실이에요.
그리고 한 달이 흘렀고, 작은 시작이었지만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무엇보다 새로운 것을 스스로 학습할 수 있음을 제 스스로에게 증명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새로운 곳을 바라봄으로써 다시 또 새로운 것이 보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여행이 제게 준 선물이자, 그 선물을 받을 자세가 되어있는 저의 모습에 스스로 칭찬해 줄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보냈네요.
혹시 파이썬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해주세요.
https://blog.naver.com/sgenies/222037189042
https://blog.naver.com/sgenies/222049873619
그리고 또 재미삼아 시작한 라탄공예.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절 기다리고 있을까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은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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