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에코지니 에요.
얼마 전 저의 재봉 도전기를 소개해드렸는데요.
재봉의 첫 삽을 뜬 지 어언 7년 여가 지나,
드디어 재봉틀을 구매했어요.
부라더 이노비스 55P NV-55P (와이드테이블포함) 전자 미싱
COUP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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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봉틀이 기본적으로 부피가 있어서,
놓을 곳이 마땅치 않았고,
아이가 생기고 혹시 위험할 까봐
계속 사는 걸 미뤄오다,
이사오고 드디어 큰 맘먹고 산 녀석이,
바로 이 핑크 핑크한 이 친구랍니다.
인간은 지극히 환경의 동물이라,
의지만큼이나 주위 여건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우리가 무언가를 시작할 때,
장비부터 완성하는 이유는 아마도,
스스로에게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 주려는,
합리적인 자기애 인지도 모르겠어요.
재봉틀이 생기니까,
뭐든 걸 다 수선해 버리겠다는
강한 의지가 끓어오르더라고요.
때마침 좋은 핑계가 생겼는데요.
보이시나요, 이 커다란 구멍?
우리 집 아드님은
평소에 얼마나 격하신 지,
무릎이 남아나질 않아요.
이번에는 손가락 세 개는 너끈히 들어갈 정도의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 주셨어요.
사실 버리려고 생각했지만
재봉틀 성능을 시험해 봐야 한다는 일념으로
수선하기로 결단을 내렸어요.
구멍이 너무나 큰 관계로
박음질은 포기하고,
결국 절단을 감행했네요.
애들 옷은 재질도 그렇고,
참 다루기 어려워요.
아이들 옷이 작은 데 비해 비싸서
한 때는 저도 원단도 적게 들어가는 데
왜 이렇게 비싸냐고 했을 때가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성인 원단보다 좋은 걸로 많이 쓰고요,
같은 모양이어도 작게 만드는 게 품이 더 들어가요.
아무래도 더 정교해야 하고요.
재봉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재봉틀만 있다고 끝이 아니에요.
오바로크가 있어야 깔끔하게 박아낼 수 있는데,
저희 집엔 아직 없으므로,
나름 박음질로 힘겹게 박아냈으나
생각과는 다른 박음질을 보며 한번 좌절하고는,
"내 실력이 이 정도는 아닌 데,
아기 옷은 역씨 다루기 힘들다"며
정신승리를 해보네요.
내게 주어진 상황을
유리하게 해석해 내는 게 중요하니까요.
사진을 확대해서 보면
너무 허접해 눈뜨고 봐줄 수 없지만,
그래도 before & after를 멀리서 보니
저 혼자 뿌듯한 마음 감출 수 없네요.
어쩌면 버릴 수도 있는 옷을
심폐 소생해 냈다는 작은 기쁨과 함께,
아이에게 입힐 때마다 엄마가 만들어 준거라고
꼭 자랑하면서 입히려고요.
사실 그동안은
선생님의 지도下에 시키는 대로만 해 봐서
제 실력을 제대로 몰랐는데,
오늘 비로소 현실을 마주해봤네요.
물론 혼자 하려니 뭐하나 쉽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오히려 두려움은 많이 사라졌어요.
역시 남이 걷는 천 걸음보다,
자신의 한걸음이 더 소중한 것 같아요.
이 시작이 먼 훗날 저의 재봉 역사에
행복한 여정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한걸음 한걸음 소중히 걸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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