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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 1671 : 인생의 통과의례 - 생의 첫 치과치료

by ★에코지니★ 2020.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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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코지니'예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으로 2주간의 가정보육을 하면서 더 정신없었던 요즘, 더 늦기 전에 포스팅하려고 왔어요.

 

여러분은 인생의 첫 치과치료를 기억하시나요?

저도 솔직히 처음 치료받았던 건 기억이 안나고, 치과라는 것에 대한 최초의 기억과 느낌만 남아있어요. 치과에 대한 무서운 기억과 특유의 냄새,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 돋는 기계가 다가오는 순간의 기억과 이빨로 전해지는 진동. 그 무엇도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죠.

 

부모가 자식은 경험하지 않았으면 하는 수 많은 경험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치과치료는 정말 피하게 하고 싶은 것 중에 하나인데요. 인생에서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도 치과치료가 아닌가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에요. 양치질이나 치아관리의 중요성이야 매일매일 이야기 하지만 양치질할 때마다 전쟁을 지루게 되는 날들이 지속되던 그 어느 날, 일이 터졌네요.

 

밤에 양치질을 시키고 누워서 이야기를 나누다 이빨에 뭔가 검은 게 보여 봤더니, 어금니쪽이 부스러지는 걸 목격했지 뭐예요. 솔직히 이빨이 썩었다고는 생각을 못하고, 저녁에 딱딱한 걸 먹다가 이빨이 깨졌는 줄 알고, 다음날 부랴부랴 어린이 치과에 방문했어요. 역시 세상이 좋아져, 어린이 치과가 있다니 저희 때는 상상도 못 할 일이네요.

 

첫 번째로 방문한 치과에서 충치에 대한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듣고, 좀 더 전문가의 객관적인(?) 판단을 듣고자 2번째 치과에 방문했지요. 결론적으로 첫 번째 치과는 다소 노후화된 시설과 과잉진료의 경향이 있어, 2번째 방문한 치과에서 치료를 받게 되었어요.

 

일단 키즈카페 같은 느낌적인 느낌으로 아이의 시선을 잡는 데 성공!! 치과 안 간다며 울고불고 했지만 일단 신발 벗고 들어가 놀기 시작합니다.

 

 

 

 

확실히 어린이치과라 다르긴 다르더라고요. 어린이 전문이니 아이들 맞춤으로 진료도 잘해주셔서 아이도 조금은 긴장을 풀고 진료를 받기 시작했어요. 육안으로 검사를 한 뒤 엑스레이를 찍기 시작했네요. 씩씩하게 지시에 따르는 모습을 보니 제가 다 뿌듯하더라고요.

 

 

 

 

엑스레이 촬영 후,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이 이어졌어요. 무엇보다도 신기한 건 영구치가 나오고 있는 모습이었는데요. 유치 위에서 영구치가 살포시 자라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신기해서 다시 보게 되더라고요. 물론 충격적인 충치들의 모습에 놀라는 한편, 첫 방문했던 치과보다는 신경치료를 덜 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안도를 하기도 했고요. 마음 같아서는 가장 시급한 이빨부터 바로 치료하고 싶었지만, 예약이 꽉 차있어 바로 치료는 어려웠어요.

 

 

 

 

예약을 잡고, 그 전날부터 떨리는 마음으로 혼자 심란해하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돌아왔네요. 아이들은 일단 '웃음가스'라고 릭렉스시켜주는 가스를 주입해요. 아이 말로는 딸기향이랑 빵 냄새가 난다는 데, 보통 아이들이 울기 시작하면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이 가스를 통해 진정시켜주는 기능을 하다고 하더라고요. 체내에 남아있거나 하진 않아 인체에 해롭지는 않다고 해서 저희도 웃음가스를 먼저 투입했어요. 

 

 

 

 

웃음가스 주입한지 5분? 10분쯤 됐을까? 마취할 때 덜 아프게 한다며 하얀 약을 발라주시네요. 드디어 결전의 순간이 올 것 같습니다. 첫 치료라 아이도 저도 너무 긴장했는 데, 마취주사 들어가는 대도 찔끔하는 것도 없이 주사도 잘 맞고 치료로 너무 잘 받네요. 웃음가스와 약을 바른 게 효과가 있긴 한 가 봅니다. 아무래도 입을 계속 벌리고 있고 소리나 느낌 때문에 당연히 불편했겠지만 마취주사 맞는 거나 치료 자체가 아픈 건 아니었나 보더라고요. 무서움이 많긴 해도 어릴 때 예방접종도 씩씩하게 잘 맞던 모습이 생각나며, 괜히 눈물이 찔끔 날 것 같더라고요.

 

 

 

 

한참을 치료받고 난 사진. 육안으로는 잘 몰랐는데, 치료하면서 보니 정말 많이 썩었네요. 제가 기억은 못하는 건지는 몰라도 신경치료가 정확히 뭔지 잘 모르고 살았는데요. 신경치료 받는 걸 이렇게 보게 되다니 제가 더 놀랐어요. 치간 칫솔보다 더 긴 재료를 가지고 이빨 쪽으로 쑥쑥 집어넣어 치료를 하는 데, 이빨 안의 잇몸까지 충치가 번져 거기 있는 걸 닦아내고 약을 충진 하는 그 작면을 옆에서 목격할 줄이야. 정말 충격의 도가니였네요. 한참을 닦아내고 약을 바르고는 은색 크라운을 씌우는 작업을 합니다. 무려 2개의 왕관을 쓰기 시작했어요. 어른들은 영구치로 쓰는 거라 신경 치료하고 본뜨고 하는 데 몇 번씩 치과에 가는 데, 유치는 몇 개의 샘플이 있어 그중에서 맞는 걸로 끼워 넣더라고요. 선생님이 맞는 사이즈를 고르고 사이즈에 맞춰 약간의 재단을 한 후 약을 발라 잘 씌워 주셨어요.

 

 

 

 

치료를 받고 난 후, 웃을 때 마다 은니가 살짝씩 보이는데, 마음은 아프지만 왠지 모르게 너무 귀여워서 자꾸 보여달라고 하게 되네요. 치료를 받고 여행을 온 우리 집 어린이. 은니 왕자님으로 거듭나는 중입니다.

 

 

 

 

사실 아직 몇 번의 치료가 더 남아있는데요. 힘든 통과의례를 씩씩하게 지나온 우리집 어린이가 대견하기도 하고, 치과의 무서움을 알고는 이제 양치질의 필요성이나 단 음식에 대해서 전보다는 인지력이 높아진 거 같아 다행입니다. 저의 지난날을 돌아봐도 부모님이나 어른들이 해 줬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마음에는 와 닿지 않은 채 살아왔는데요. 아쉽게도 결국은 그 길을 모두 경험하고 나서야 부모님이 했던 말이 다시 떠오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아이에게 제가 들었던 말을 똑같이 반복하고 있지요. 물론 아이는 어렸을 때 제 모습처럼 크게 마음에 와 닿지는 않는 듯 보입니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어린 시절을 아이를 통해 보게 되고, 또다시 제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는대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아쉬움들을 겪어내야 할지 저 역시 두려운 마음이 드네요. 그래도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한 길이라 믿고 저 역시 씩씩하게 지켜보려고요. 생각해보니 자식을 통해 2번의 인생을 사는 것도 같네요. 한 번은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내 의지대로의 인생, 또 한 번은 나는 생생히 기억하는 내 의지가 아닌 인생. 그 무엇도 소중하지 않은 게 없는 두 개의 인생 앞에 아이의 인생만큼 내 인생을 소중히 꾸려가며, 아이에게 생생하고도 단단한 삶의 현장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정말이지 모든 순간순간이 인생공부를 해 나가는 길이군요. 이렇게 아이가 자라는 걸 보면서 또 많은 것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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