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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611 : 참을 수 없는 너란 존재

by ★에코지니★ 2020.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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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코지니' 에요.

 

육아일기에 대한 굳은 결의를 다진만큼,

오늘은 그 서막.

 

'현실 육아의 민낯'

에 대해 적어보려고요.

 

 


 

 

육아를 하면서

제가 듣기 싫어진 말 중 1순위는

금요일 오후 회사 사람들이 건네는,

 

"아이와 함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란 안부 인사였어요.

 

평일은 회사에 시달리고,

주말에도 하루는 출근하는 남편을 둔 제게,

주말은 일주일 동안 기다리긴 했는데,

막상 돌아오면 왜 기다렸는지 의문인,

그런 날들이었거든요.

 

저에게 아이와의 행복을 정의하라고 한다면,

'핸드폰 사진첩에 있는 사진 같은 것'

이라고 이야기할 거예요.

 

그 사진에서 행복한 순간 하나를 만들어 내기 위해,

나머지 시간 내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것이

육아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마치 백일사진, 돌사진 찍을 때

우는 애 달라가며

몇 명이 달라붙어 딸랑이 흔들어대고 해서

액자에 들어갈 앨범 하나 만들어 내 듯,

그렇게요.

 

 


 

 

저는 기본적으로

화를 내는 감정의 소모를 원치 않고요.

나름의 고된 수행으로(?),

웬만하면 타인에게 분노를 느끼지 않으려 해요.

 

한마디로 신선 같은 마음으로 살고 싶었어요.

 

그런 저에게 절대 분노 유발자가 있었으니,

바로 저의 5세 아드님이에요.

거의 대부분의 타인에게 느끼지 않는 분노를,

하루 약 3번 아이에게 느낀다면 믿어지시나요?

 

그만큼 육아는 정신승리가 필요한 것이란 걸,

예전에는 미처 몰랐죠.

 

특히 육아휴직을 통해

하루 약 3번 느끼는 분노 유발에 대해 폭로합니다.

 

 

1. 엔트로피의 법칙: 과자는 흘려도 되니, 그냥 좀 놔둬라.

 

열역학 제2법칙 아시나요?

물질과 에너지는 오직 한 방향으로만 바뀌며,

질서는 무질서한 것으로 변화한다는,

그 법칙?

 

저는 육아를 통해,

그 법칙을 몸으로 느끼기 시작했어요.

 

왜 저의 아이는 과자든 음식이든,

부서지는 그 무언가를 바닥에 떨어뜨리면,

손으로 마구 흩트려 바닥으로, 식탁 여기저기로

무질서에 무질서를 더해가는 걸까요?

 

나름 자기만의 이유가 있겠지만,

떨어뜨린 것은 참을 수 있는 데,

여기서 2단 콤보로 흐트러뜨리는 거는

정말 못 견디겠어요.

 

성격 좋고, 자기가 안 치울 사람이라면

허허실실 웃어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불필요한 청소를 강요받는

우리 엄마들은 정말 웃어넘길 수가 없네요.

 

저렇게 손으로 흩어놓은 것들은

식탁 아래, 소파 아래 구석구석 들어가서

보통 청소기는 해결이 안 됩니다.

엎드리고 쭈그려 앉아 걸레질을 하면서

울컥했던 적이 한둘이 아니네요.

 

 

 

2. 기물파손의 원흉 : 새 집 살림 니가 다 망가뜨렸다.

 

저는 올해 1월에새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결혼해서 쭉 살던 오래된 아파트에서부푼 꿈을 안고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기게 되었죠.

 

사실 결혼할 당시 나름의 타이트한 예산으로

신혼살림 사는 재미보다는,

'필수 아이템 구매'에 더 가깝게 살림을 사서,

이번에는 결혼 7년 만에

큰 맘먹고 TV, 소파 등등을 사게 됐어요.

 

실질적으로 TV는 신혼 때 누구한테 받아서 썼던 거라

제 인생에 첫 TV 구매가 맞네요.

 

나름 고가의 75인치로 벽에 걸어놨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

과자 먹은 손으로 스크린 만지는 건 기본이요,

들고 있던 장난감으로 왜 긁는 걸까요.

 

새 TV는 몇 달만에 만신창이가 되어,

옆에서 보면 종횡무진의 긁힘이 수도 없습니다.

 

소파는 어떻고요?

큰 맘먹고 나름 또 좋다는 제품으로 사놨는데,

그 좋다는 가죽도,

매일을 위에 올라가서 뛰는 아드님의 무게를 못 이기고

일자로 쭉 맞아야 할 헤드라인이

이미 들쭉날쭉에 쭈글쭈글 해졌네요.

 

나중에 저희 애한테

TV랑 소파 사 내라고 하려고요.

 

화를 안 내려고 해도, 화가 납니다.

 

 

3. 난 너보다 내 몸이 걱정돼.

 

저는 아들에게 이야기해요.

"넌 엄마 보물이야."라고.

 

부모에게 자식은 인생의 보물이죠.

어디 하나 긁힐까 다칠까 노심초사

온 가구에 보호장치 다 해놓고 살아도

어디 다칠까 마음은 또 불안한 그런 존재죠.

 

그런데 요즘 저는,

저희 애 다치는 것보다

저희 애 때문에 제가 다치는 게 더 무서워요.

 

남자애들 아무리 격하다 해도,

이렇게 화이팅이 넘칠까요?

 

본인도 여기저기 멍들고 다치지만,

주로 하지 말라는 짓 해서 다치거든요.

동해 번쩍 서해 번쩍 날아다니니,

어디 하나 멀쩡하기 어렵죠.

 

그래도 애들은 얼마나 빨리 낫는 답니까?

본인은 하지 말라는 짓 하고,

멋쩍으니 얼굴 한번 찡그리고 괜찮다고 하는 데,

 

그 몸 보호하려다가

제 몸으로 막아주는 저 역시

멍이 가실 날이 없네요.

그렇다고 팔꿈치나 무릎으로 저를 보호하자니,

혹시 또 애가 맞아서 다칠 까

마땅히 저를 보호도 못해요.

 

처음에는 아이 몸이 걱정됐는데,

이제는 그 덩치와 뼈에 맞고,

아이가 던진 물건에 맞을까

제 몸이 걱정됩니다.

 

 


 

 

제가 참을 수 없는 3가지를 적다 보니,

정말 아무리 맘을 굳게 먹어도

참을 수가 없는 그런 것들이네요.

 

이런 것도 가끔 하면 참을 수 있는 데,

매일 3단 콤보로 당하다 보니,

더 인내력의 한계를 느끼는 요즘입니다.

 

그렇다고 애가 너무 사랑스럽고,

예쁜 순간이 왜 없겠어요?

 

잠든 아이 얼굴 보면서,

'내일은 화내지 말아야지.'

다짐하고 자고 일어나면,

다시 또 분노의 삼단콤보가 반복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자식을 인생 최고의 보물 이라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키워내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아이의 5살을

이렇게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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